탈모 고민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족력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대머리가 아닌데 왜 나만 빠질까?", "외할아버지가 탈모면 나도 100% 탈모일까?"와 같은 질문들은 탈모 커뮤니티의 단골 주제입니다. 흔히 탈모 유전은 한 대를 거른다거나, 어머니 쪽 유전이 절대적이라는 설이 정설처럼 퍼져 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현대 의학이 밝혀낸 탈모 유전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분석하고, 유전적 요인을 가졌음에도 탈모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탈모 유전의 핵심: 안드로겐성 탈모증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전형 탈모의 정확한 명칭은 '안드로겐성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입니다. 이는 특정 유전자와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공격: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를 만나 변환된 DHT는 모낭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모낭을 축소시킵니다. 유전적으로 이 수용체가 예민한 사람일수록 탈모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 다유전자 유전(Polygenic Inheritance): 탈모는 단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단일 유전'이 아닙니다. 수십, 수백 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다유전자 유전' 방식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탈모가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어머니 쪽 유전이 더 강하다는 설, 사실일까?
가장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가 "탈모는 외가 쪽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X 염색체의 비밀
남성 탈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위치합니다. 남성은 X 염색체를 어머니로부터만 받기 때문에, 어머니 쪽(외가)에 탈모가 있다면 아들이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과학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계 유전도 무시할 수 없다
X 염색체 외에도 상염색체(1번, 20번 염색체 등)에 존재하는 수많은 탈모 관련 유전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부모 양쪽 모두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탈모 유전은 양쪽 부모 모두로부터 가능하며, 확률적으로 외가와 친가 어느 한쪽도 안심할 수 없다"가 정확한 답변입니다.

3. 탈모 유전은 한 대를 거른다? (격세유전의 오해)
"할아버지는 탈모인데 아버지는 멀쩡하고, 손자가 탈모가 되는 경우" 때문에 탈모는 한 대를 거른다는 속설이 생겼습니다.
- 유전자의 '표현형' 차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탈모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자는 가지고 있지만(표현되지 않음) 환경적 요인이나 다른 억제 유전자의 영향으로 아버지 대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 결론: 유전자는 매 세대 전달되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느냐(발현되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의도적으로 한 대를 건너뛰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4. 여성도 유전형 탈모에서 자유롭지 않다
흔히 탈모는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여성에게도 안드로겐성 탈모가 나타납니다.
- 여성형 탈모의 양상: 남성처럼 앞머리 라인이 후퇴하는 'M자형'보다는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전체적으로 가늘어지고 밀도가 낮아지는 '크리스마스트리형' 패턴을 보입니다.
- 호르몬의 균형: 여성도 소량의 남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감하면 상대적으로 남성 호르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전적 탈모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5. 유전자를 이기는 환경적 관리 (에피제네틱스)
최근 의학계에서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를 바꾸지는 못해도, 생활 습관을 통해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 조기 진단과 약물치료: 유전적 소인이 있다면 모발이 가늘어지는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 DHT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피나스테리드 등)을 복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책입니다.
- 항염증 식단: 만성 염증은 탈모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합니다. 오메가-3,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을 통해 두피의 염증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 과도한 스트레스는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잠자고 있던 탈모 유전자를 깨우는 기폭제 역할을 합니다.
- 두피 온도 관리: 열은 모낭 세포의 노화를 촉진합니다. 직접적인 일광 노출을 피하고 두피를 항상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전은 '운명'이 아닌 '예보'입니다
탈모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은 "반드시 머리가 빠진다"는 사형 선고가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일기예보와 같습니다. 비가 올 것을 미리 안다면 우산을 준비해 젖지 않을 수 있듯이, 본인의 가족력을 정확히 알고 미리 대응한다면 유전적 한계를 극복하고 풍성한 모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치하지 않는 용기입니다. 거울 속 자신의 모발이 예전보다 힘이 없고 가늘어졌다면, 유전을 탓하기보다 지금 당장 올바른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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